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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서울 도심에서 가장 고요한 건축, 사색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책의 공간
서울에 살면서도 ‘조용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를 걷다 보면, 도심 한복판에서도 깊은 정적과 사유가 흐르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은 학문과 여성교육의 역사, 그리고 건축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공간은 관광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며, 그저 혼자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정중하고도 고요한 장소로 열려 있습니다.
1. 이화캠퍼스 깊은 곳, 고요한 건축의 무게
이화여자대학교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대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신촌과도 매우 가까운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캠퍼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도시의 속도가 느려지는 기분을 받게 됩니다.
이화중앙도서관은 캠퍼스 깊숙한 곳,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중후한 석조건물입니다.
1935년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본관과, 현대적으로 증축된 신관이 함께 연결된 구조는 시간의 깊이와 현재의 기능성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건물 그 자체로도 ‘보는 독서’를 유도합니다. 성당을 닮은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기둥과 아치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들이 마치 도서관을 하나의 성소처럼 만들고 있죠.
건물 앞의 조경과 작은 광장, 도서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책길까지 모두 연결되어 책을 읽다가 잠시 걸어도 좋고, 조용히 앉아 있기도 좋은 구조입니다.
서울 중심에서 이런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무척 드문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희소성’이 이 도서관을 더욱 가치 있는 여행지로 만들어 줍니다.
2. 고요함 속 깊은 지성 – 내부 공간과 머무는 구조
이화중앙도서관의 내부는 정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관공서식 도서관과는 다르게, 공간 배치 하나하나에 미학적 감수성이 깃들어 있고, 모든 이용자가 정숙의 규범을 자연스럽게 지키는 분위기입니다. 도서관은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층에는 문학, 인문, 사회, 자연과학, 예술 관련 자료가 섹션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2층과 3층의 열람 공간은 고전적인 독서실 구조와 현대적 개방감이 조화를 이루며, 창밖으로 캠퍼스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구조 덕분에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좌석 간격은 넓고, 조명은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간접조명이며 모든 좌석에 전원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 노트북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화여대는 미술대학, 조형예술대학, 건축학부 등 시각예술계열이 강한 학교이기 때문에 도서관 내부 곳곳에도 예술적 감각이 살아 있는 디스플레이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령, 고전 명언이 적힌 계단,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선반, 학생 전시가 열리는 벽면 공간 등이 그러합니다.
특히 추천드리는 곳은 지하 북라운지와 구관 1층의 스테인드글라스 열람실입니다.
이 공간들은 비교적 사람도 적고, 혼자만의 시간을 정적으로 보내기에 이상적입니다.
3. 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세계 – 책을 통해 확장되는 여행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을 찾는 여행의 진짜 가치는 그저 ‘조용하다’는 점만이 아닙니다.
이곳에 놓인 책들과 큐레이션은 여성의 시선, 젠더적 사유, 감성적 세계 인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주는 힘이 있습니다. 문학, 사회, 철학, 예술 관련 분야에서는 여성 작가, 여성주의 이론, 그리고 섬세한 감정선을 다룬 책들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또한 도서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여성 작가 기획 코너’, ‘양성평등 북리스트’ 등을 운영하며 단순한 독서를 넘어 사유의 확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분들이 이 도서관을 특히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이 조용한 확장성에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만날 필요도 없고, 그저 책과 나만으로 하루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점.
서울 중심, 그리고 여성 교육 140년의 역사를 지닌 공간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는 하루는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책에서 읽은 문장을 되뇌이며 계단을 따라 캠퍼스를 내려올 때, 그 조용한 하루는 서울에서 가장 조용하고 진지한 여행이 됩니다.
🌿 마무리: 서울에서 조용히 멈추고 싶은 날, 이화여대 도서관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소입니다.
건축, 정서, 관점, 지성, 그리고 침묵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많은 서울 속에서
조용하고 깊은 시간을 원하신다면,
한 발짝 캠퍼스 안으로 들어오세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 아래,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그 어떤 여행보다 근사하게 빛날 것입니다.